참조은농산물
기름 이야기

명절 삼색나물, 순서가 맛을 정한다

시금치·도라지·고사리. 세 가지를 따로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간을 먼저 넣고 참기름을 마지막에 넣는다는 순서 하나면 대부분 해결됩니다.

명절 음식 중에 참기름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게 나물입니다. 그런데 같은 재료로 무쳐도 어떤 집 나물은 향이 살아 있고 어떤 집 나물은 밍밍합니다. 재료 값 차이가 아니라 순서 차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왜 세 가지 색인가

삼색나물은 흔히 흰색·갈색·초록색 세 가지로 올립니다. 도라지가 흰색, 고사리가 갈색, 시금치가 초록색입니다. 지역에 따라 시금치 대신 취나물이나 미나리를, 도라지 대신 무나물이나 숙주를 쓰기도 합니다.

색마다 뿌리는 조상, 줄기는 부모, 잎은 자손을 뜻한다는 설명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다만 이 풀이가 언제부터 굳어진 것인지는 문헌마다 이야기가 갈립니다. 뜻을 새기는 건 각자 집안의 몫이고, 실제로는 겨울에도 구할 수 있는 말린 나물과 뿌리채소로 상을 차리다 보니 자연히 굳어진 조합에 가깝습니다.

둘순서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간을 먼저, 참기름을 마지막에.이 한 줄이 나물 맛의 절반입니다

참기름을 먼저 넣으면 나물 표면에 기름막이 생깁니다. 그 위에 소금이나 국간장을 넣으면 간이 속으로 배지 않고 겉돌아, 짠데도 맹맹한 맛이 납니다. 반대로 간을 먼저 배게 한 다음 참기름을 두르면 간은 안에 있고 향은 겉에 앉습니다.

참기름을 먼저 넣으면 기름막이 먼저 생긴다 기름막 간이 속으로 못 들어간다 짠데 맹맹한 맛 간을 먼저 하면 간은 안에, 향은 겉에 마지막에 참기름 한 바퀴 간은 배고 향은 살아 있다 불을 끄고 두르면 향이 덜 날아간다
그림 1. 참기름이 먼저 오면 간이 못 들어간다.

참기름을 마지막에 넣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고소한 향을 내는 성분은 열에 날아갑니다. 볶는 내내 참기름을 넣고 있으면 향의 상당 부분이 팬 위에서 사라집니다. 불을 끄고 나서 두르는 게 가장 아깝지 않습니다.

셋시금치나물

가장 쉽고, 가장 자주 망하는 나물입니다. 망하는 이유는 거의 물기입니다.

  1. 뿌리 쪽 흙을 칼로 살살 긁어내고 십자로 칼집을 넣어 갈라 씻습니다
  2. 끓는 물에 소금 한 자밤 넣고 30초에서 1분만 데칩니다. 줄기가 휘어질 정도면 충분합니다
  3. 바로 찬물에 헹궈 열을 뺍니다. 색이 여기서 정해집니다
  4. 물기를 꽉 짭니다. 한 번 짜고, 손에 다시 쥐어 한 번 더 짭니다
  5.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간하고 다진 마늘을 넣어 조물조물합니다
  6. 마지막에 참기름과 통깨

물기가 남으면 간이 묽어지고, 그걸 메우려 간장을 더 넣게 되고, 결국 짜고 축축한 나물이 됩니다. 4번이 이 나물의 전부라고 봐도 됩니다.

넷도라지나물

흰색을 지켜야 하는 나물이라, 간장을 쓰지 않고 소금으로 갑니다.

  1. 도라지를 찢어 굵은소금에 바락바락 주무릅니다. 쓴맛이 여기서 빠집니다
  2. 찬물에 여러 번 헹굽니다. 쓴맛이 심하면 물에 10~20분 담가 둡니다
  3. 물기를 털고 팬에 기름을 조금 둘러 볶습니다
  4. 뻑뻑하면 물을 두세 숟갈 넣고 뚜껑을 덮어 잠깐 익힙니다. 아삭함이 남을 정도까지만
  5. 소금과 다진 마늘로 간하고, 불을 끈 다음 참기름과 깨

간장을 넣으면 색이 죽습니다. 하얗게 나와야 하는 나물이니 국간장은 참으시는 게 좋습니다.

다섯고사리나물

세 가지 중 유일하게 참기름을 두 번 쓰는 나물입니다.

  1. 말린 고사리는 하룻밤 불린 뒤 삶고, 삶은 뒤 다시 헹굽니다. 삶은 것을 샀다면 헹구기만 하면 됩니다
  2. 억센 밑동은 잘라 냅니다
  3. 국간장·다진 마늘·참기름 조금을 넣고 손으로 밑간을 합니다. 여기서 참기름이 한 번 들어갑니다
  4. 팬에 볶다가 물을 조금 넣고 뚜껑을 덮어 5분쯤 뜸을 들입니다
  5. 불을 끄고 참기름과 깨로 마무리합니다

고사리는 질긴 나물이라 밑간을 손으로 배게 한 다음 물기로 뜸을 들여야 부드러워집니다. 밑간의 참기름은 향보다 코팅에 가깝고, 마지막 참기름이 향을 냅니다. 그래서 마무리 쪽에 좋은 기름을 쓰는 게 이득입니다.

여섯들기름을 써도 되나

고사리와 도라지에 들기름을 쓰는 집도 많습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그쪽이 더 익숙합니다.

다만 들기름은 열에 약합니다. 볶는 동안 넣지 마시고, 불을 끄고 마지막에 두르는 용도로만 쓰시는 게 맞습니다. 볶는 기름은 식용유나 참기름으로 하고, 마무리만 들기름으로 바꾸면 향은 살고 손해는 없습니다. 이유는 참기름과 들기름 차이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일곱양은 얼마나

나물에 기름을 얼마나 넣느냐는 늘 감으로 하게 되는데, 대략의 기준은 이렇습니다.

  • 데쳐서 물기 짠 시금치 한 줌 (200g 남짓)참기름 1작은술
  • 도라지 200g참기름 1작은술
  • 불린 고사리 200g밑간 1 + 마무리 1작은술

많이 넣는다고 고소해지지 않습니다. 어느 선을 넘으면 향이 아니라 기름 맛이 나고, 나물이 무거워집니다. 부족한 것 같으면 상에 올리기 직전에 한 번 더 두르는 편이 낫습니다.

정리한눈에

시금치도라지고사리
색초록흰색갈색
밑손질데쳐서 물기 꽉 짜기소금에 주물러 쓴맛 빼기불려서 삶기
간국간장 또는 소금소금 (간장 금물)국간장
조리볶지 않고 무침살짝 볶기볶고 뜸 들이기
참기름마지막 한 번불 끄고 한 번밑간 + 마지막 두 번
흔한 실수물기 안 짜기간장 넣어 색 죽이기뜸 안 들여 질김

그다음남은 나물

삼색나물은 명절 다음 날이 더 요긴합니다. 밥에 세 가지를 올리고 고추장과 참기름 한 숟갈이면 비빔밥이 되고, 잘게 썰어 밀가루·달걀에 부치면 나물전이 됩니다. 잡채에 넣어도 잘 어울립니다.

무친 나물은 냉장에서 2~3일 봅니다. 참기름이 이미 들어가 있어 오래 두면 그 기름부터 상합니다. 많이 하실 거면 양념 전 데친 상태로 나눠 두었다가 먹을 때 무치는 쪽이 낫습니다.

직접 짜는 집이라 덧붙이면
명절 앞두고 나물용으로 참기름을 찾는 분이 가장 많습니다. 나물은 마지막에 두르는 한 숟갈이 그대로 맛으로 나오는 음식이라, 볶는 기름과 마무리 기름을 나눠 쓰시는 걸 권합니다. 볶는 건 식용유로 하고, 마무리만 갓 짠 참기름으로 하면 같은 양을 써도 향이 다릅니다.
참고: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제례 음식·나물 항목); 농촌진흥청 농사로 조리 정보. 삼색나물의 색이 갖는 상징에 대해서는 여러 설명이 전해지며, 이 글에서는 널리 알려진 풀이를 소개하되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분량은 집에서 쓰는 기준이라 입맛에 따라 조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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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동 도깨비시장 1문, 참조은농산물

참기름·들기름·생들기름을 가게 안에서 직접 짭니다. 깨를 여러 번 씻고, 짠 기름을 여러 번 거릅니다. 많이 볶지 않고 최상품 참깨·들깨로 짭니다. 서울 도봉구 도당로15길 9, 매주 목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