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조은농산물
기름 이야기

참기름과 들기름, 이름만 닮았다

식물이 다르고, 기름의 성분이 다르고, 보관법이 다릅니다. 헷갈리는 두 기름을 그림 네 장으로 정리했습니다. 방학동에서 두 기름을 다 짜는 집이 씁니다.

참기름과 들기름은 이름도 비슷하고 색도 비슷하고 둘 다 "고소한 기름"으로 불립니다. 그래서 서로 대신 써도 되는 줄 아는 분이 많은데, 성분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기름입니다. 한쪽은 상온에 두어도 오래 버티고, 다른 한쪽은 냉장고에 넣어도 두 달이면 맛이 변합니다. 왜 그런지 하나씩 보겠습니다.

하나원료부터 다르다: 참깨와 들깨는 친척이 아니다

참깨(Sesamum indicum)는 참깨과 식물이고, 들깨(Perilla frutescens)는 꿀풀과, 그러니까 민트와 바질의 친척입니다. 이름에 같이 "깨"가 붙은 건 씨앗 모양이 비슷해서 붙은 우리말 관습일 뿐, 식물학적으로는 남남입니다. 들깻잎이 허브 향이 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참깨 참깨과 · 납작한 타원형 씨앗 참기름 친척 아님 들깨 꿀풀과(민트·바질 친척) · 둥근 씨앗 깻잎 들기름
그림 1. 원료가 되는 두 씨앗. 우리가 먹는 깻잎은 들깨의 잎이다.

둘지방산 구성: 진짜 차이는 여기에 있다

두 기름의 결정적 차이는 지방산 조성입니다. 참기름은 올레산(오메가-9)과 리놀레산(오메가-6)이 절반씩 차지하는 전형적인 "안정적인 식물성 기름"입니다. 반면 들기름은 전체의 절반 이상이 알파-리놀렌산(ALA), 즉 식물성 오메가-3입니다. 식용유 중에서 이 비율이 이 정도로 높은 것은 아마씨유와 들기름 정도입니다.

참기름 올레산 약 40% 리놀레산 약 45% 포화 14% ALA 1% 미만 들기름 올레 15% 리놀레 14% 알파-리놀렌산(오메가-3) 약 55~65% 포화 11% 막대 길이는 대략적인 비율. 품종·재배 환경에 따라 수치는 달라진다.
그림 2. 들기름의 절반 이상이 오메가-3. 참기름에는 거의 없다.

이 한 가지 차이에서 나머지가 다 따라옵니다. 향이 다른 것도, 색이 다른 것도, 그리고 아래에서 볼 보관법이 정반대인 것도 전부 지방산 구성 때문입니다.

셋산패 속도: 들기름이 빨리 쩐내 나는 이유

오메가-3 지방산은 이중결합이 세 개입니다. 이중결합은 산소가 달라붙기 쉬운 자리라서, 이중결합이 많을수록 기름은 빨리 산화됩니다. 올레산은 이중결합이 하나, 리놀레산은 둘, 알파-리놀렌산은 셋. 들기름이 참기름보다 훨씬 빨리 쩐내가 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참기름은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참깨에 들어 있는 세사몰, 세사민 같은 리그난 성분이 기름 자체의 산화를 늦춰 줍니다. 참기름이 상온에서도 잘 버티는 건 지방산 구성이 안정적이기도 하고, 이렇게 산화를 늦추는 성분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방산 사슬의 이중결합(=) 수가 많을수록 산소가 달라붙을 자리가 많다 올레산 이중결합 1개 · 느림 리놀레산 이중결합 2개 · 보통 알파-리놀렌산 이중결합 3개 · 빠름 O₂ O₂ O₂ 산소가 달라붙으면 쩐내(산패취)가 나고 맛이 변한다
그림 3. 들기름 주성분은 산소가 붙을 자리가 세 군데. 참기름 주성분은 한두 군데.

넷보관과 사용: 이것만 지키면 된다

위 내용을 그대로 생활 규칙으로 옮기면 이렇게 됩니다.

참기름 서늘한 찬장, 상온 가능 빛은 피하기 · 개봉 후 6개월 안팎 약한 불 볶음까지 가능 비빔밥·나물 무침·마무리 향 내기 센 불 튀김용은 아님 들기름 반드시 냉장, 작은 병으로 개봉 후 1~2개월 안에 소진 생으로 뿌리거나 마지막에 김 구이·미역국·나물 마무리 쩐내 나면 아깝더라도 버리기
그림 4. 참기름은 찬장, 들기름은 냉장고. 이것만 기억해도 절반은 맞다.

발연점만 보면 두 기름 모두 저온 압착 기름이라 160~180도 언저리로 비슷합니다. 그런데 들기름은 연기가 나기 전부터 이미 열에 의해 산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발연점이 아니라 산화 속도 때문에 가열 조리를 피하는 게 맞습니다. 들기름 들깨 볶음이나 들기름 김치볶음처럼 약한 불로 짧게 쓰는 정도는 괜찮습니다.

들기름 쩐내 구별법
신선한 들기름은 풋내와 고소함이 섞인 향이 나고, 산패된 들기름은 페인트나 오래된 견과류 같은 냄새가 납니다. 냄새가 애매하면 손등에 한 방울 떨어뜨려 비벼 보세요. 열이 나면 냄새가 분명해집니다.

덤생들기름은 뭐가 다른가

생들기름은 들깨를 덜 볶아서 짠 들기름입니다. 원료는 같은 들깨고, 다른 건 볶는 정도뿐입니다. 덜 볶으니 향이 순하고 색이 연한 노란빛입니다. 많이 볶은 들기름의 진한 향이 부담스러운 분, 열을 덜 준 기름을 찾는 분이 생들기름을 고릅니다.

보관은 들기름과 똑같이 냉장이 맞습니다. 지방산 구성이 들기름과 같기 때문입니다. 쓰임은 그대로 한 숟갈, 샐러드나 요거트처럼 불에 올리지 않는 쪽에 맞습니다.

정리한눈에

참기름들기름
원료참깨 (참깨과)들깨 (꿀풀과)
주성분올레산 + 리놀레산알파-리놀렌산 (오메가-3)
오메가-3거의 없음55~65%
산화 늦추는 성분세사몰·세사민 있음적음
산패 속도느림매우 빠름
보관서늘한 상온냉장 필수
개봉 후6개월 안팎1~2개월
조리약불 볶음까지생식·마무리 위주
향진하고 달큰한 고소함풋내 섞인 고소함
생들기름—덜 볶은 것. 향 순함, 냉장

정리하면, 참기름은 "오래 두고 쓰는 향 기름", 들기름은 "빨리 먹어야 하는 기름"입니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좋다기보다, 쓰임이 다릅니다. 냉장고 문에 들기름이 석 달째 있다면 오늘 냄새부터 한번 맡아보시길 바랍니다.

직접 짜는 집이라 덧붙이면
들기름이 빨리 변하는 기름이라서, 큰 통으로 받아다 오래 두고 파는 것보다 가게에서 짜서 바로 내놓는 쪽이 맞다고 봅니다. 저희가 들기름을 많이 볶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열을 덜 줘야 덜 변합니다.
참고: USDA FoodData Central (sesame oil, perilla seed oil 지방산 조성); 한국식품과학회 식품과학기술대사전(들기름·참기름 항목); 식약처 식품안전나라 식용유 보관 안내. 지방산 비율은 문헌마다 수 퍼센트씩 차이가 있어 범위로 표기했습니다. 이 글은 기름의 성분과 보관에 관한 일반 정보이며 특정 효능을 주장하지 않습니다.
이 글을 쓴 가게

방학동 도깨비시장 1문, 참조은농산물

참기름·들기름·생들기름을 가게 안에서 직접 짭니다. 깨를 여러 번 씻고, 짠 기름을 여러 번 거릅니다. 많이 볶지 않고 최상품 참깨·들깨로 짭니다. 서울 도봉구 도당로15길 9, 매주 목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