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름과 들기름, 이름만 닮았다
식물이 다르고, 기름의 성분이 다르고, 보관법이 다릅니다. 헷갈리는 두 기름을 그림 네 장으로 정리했습니다. 방학동에서 두 기름을 다 짜는 집이 씁니다.
참기름과 들기름은 이름도 비슷하고 색도 비슷하고 둘 다 "고소한 기름"으로 불립니다. 그래서 서로 대신 써도 되는 줄 아는 분이 많은데, 성분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기름입니다. 한쪽은 상온에 두어도 오래 버티고, 다른 한쪽은 냉장고에 넣어도 두 달이면 맛이 변합니다. 왜 그런지 하나씩 보겠습니다.
하나원료부터 다르다: 참깨와 들깨는 친척이 아니다
참깨(Sesamum indicum)는 참깨과 식물이고, 들깨(Perilla frutescens)는 꿀풀과, 그러니까 민트와 바질의 친척입니다. 이름에 같이 "깨"가 붙은 건 씨앗 모양이 비슷해서 붙은 우리말 관습일 뿐, 식물학적으로는 남남입니다. 들깻잎이 허브 향이 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둘지방산 구성: 진짜 차이는 여기에 있다
두 기름의 결정적 차이는 지방산 조성입니다. 참기름은 올레산(오메가-9)과 리놀레산(오메가-6)이 절반씩 차지하는 전형적인 "안정적인 식물성 기름"입니다. 반면 들기름은 전체의 절반 이상이 알파-리놀렌산(ALA), 즉 식물성 오메가-3입니다. 식용유 중에서 이 비율이 이 정도로 높은 것은 아마씨유와 들기름 정도입니다.
이 한 가지 차이에서 나머지가 다 따라옵니다. 향이 다른 것도, 색이 다른 것도, 그리고 아래에서 볼 보관법이 정반대인 것도 전부 지방산 구성 때문입니다.
셋산패 속도: 들기름이 빨리 쩐내 나는 이유
오메가-3 지방산은 이중결합이 세 개입니다. 이중결합은 산소가 달라붙기 쉬운 자리라서, 이중결합이 많을수록 기름은 빨리 산화됩니다. 올레산은 이중결합이 하나, 리놀레산은 둘, 알파-리놀렌산은 셋. 들기름이 참기름보다 훨씬 빨리 쩐내가 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참기름은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참깨에 들어 있는 세사몰, 세사민 같은 리그난 성분이 기름 자체의 산화를 늦춰 줍니다. 참기름이 상온에서도 잘 버티는 건 지방산 구성이 안정적이기도 하고, 이렇게 산화를 늦추는 성분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넷보관과 사용: 이것만 지키면 된다
위 내용을 그대로 생활 규칙으로 옮기면 이렇게 됩니다.
발연점만 보면 두 기름 모두 저온 압착 기름이라 160~180도 언저리로 비슷합니다. 그런데 들기름은 연기가 나기 전부터 이미 열에 의해 산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발연점이 아니라 산화 속도 때문에 가열 조리를 피하는 게 맞습니다. 들기름 들깨 볶음이나 들기름 김치볶음처럼 약한 불로 짧게 쓰는 정도는 괜찮습니다.
신선한 들기름은 풋내와 고소함이 섞인 향이 나고, 산패된 들기름은 페인트나 오래된 견과류 같은 냄새가 납니다. 냄새가 애매하면 손등에 한 방울 떨어뜨려 비벼 보세요. 열이 나면 냄새가 분명해집니다.
덤생들기름은 뭐가 다른가
생들기름은 들깨를 덜 볶아서 짠 들기름입니다. 원료는 같은 들깨고, 다른 건 볶는 정도뿐입니다. 덜 볶으니 향이 순하고 색이 연한 노란빛입니다. 많이 볶은 들기름의 진한 향이 부담스러운 분, 열을 덜 준 기름을 찾는 분이 생들기름을 고릅니다.
보관은 들기름과 똑같이 냉장이 맞습니다. 지방산 구성이 들기름과 같기 때문입니다. 쓰임은 그대로 한 숟갈, 샐러드나 요거트처럼 불에 올리지 않는 쪽에 맞습니다.
정리한눈에
| 참기름 | 들기름 | |
|---|---|---|
| 원료 | 참깨 (참깨과) | 들깨 (꿀풀과) |
| 주성분 | 올레산 + 리놀레산 | 알파-리놀렌산 (오메가-3) |
| 오메가-3 | 거의 없음 | 55~65% |
| 산화 늦추는 성분 | 세사몰·세사민 있음 | 적음 |
| 산패 속도 | 느림 | 매우 빠름 |
| 보관 | 서늘한 상온 | 냉장 필수 |
| 개봉 후 | 6개월 안팎 | 1~2개월 |
| 조리 | 약불 볶음까지 | 생식·마무리 위주 |
| 향 | 진하고 달큰한 고소함 | 풋내 섞인 고소함 |
| 생들기름 | — | 덜 볶은 것. 향 순함, 냉장 |
정리하면, 참기름은 "오래 두고 쓰는 향 기름", 들기름은 "빨리 먹어야 하는 기름"입니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좋다기보다, 쓰임이 다릅니다. 냉장고 문에 들기름이 석 달째 있다면 오늘 냄새부터 한번 맡아보시길 바랍니다.
들기름이 빨리 변하는 기름이라서, 큰 통으로 받아다 오래 두고 파는 것보다 가게에서 짜서 바로 내놓는 쪽이 맞다고 봅니다. 저희가 들기름을 많이 볶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열을 덜 줘야 덜 변합니다.